건조한 아지트 개시

건조한 아지트를 개시한 기념으로 쓰는 글. 건조한 아지트 이전에 만든 축축한 아지트에 대해 소개하고 건조한 아지트에서는 어떤 꿈들을 펼쳐나갈지 설명한다.

축축한 아지트?

건조한 아지트 이전에 축축한 아지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축축한 아지트란 제작년인가에 출범한 왼손잡이해방연대 아지트라는 이름의 사이트다. 나만의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다같이 떠드는 게시판 사이트가 되어버렸다. 비운의 사이트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결국 "나만의 블로그를 만든다"라는 욕구는 충족되지 않았다. 너무 잡다한 주제의 글들이 다 섞여있어서 어디에다가 블로그라고 소개하기도 애매해졌다. 여러 기술적인 실험들도 해보고 싶었지만 이미 내맘대로 고장내기에는 너무 커지기도 했고 아지트 입주민들이 원하는 기능들에 우선순위가 밀리기도 했다. 뭔가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구조를 적용해보기에는 프로젝트가 너무 커져서 귀찮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마디로 블로그를 또 한번 갈아엎을 때가 된 것이다. 새로 만드는 블로그는 최대한 얇게, 조금 멋있게 말하자면 유닉스 철학을 본받아보려고 한다.

건조한 철학

건조한 아지트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철학 내지는 규칙들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진짜 유닉스 철학처럼 오직 한가지 일만 잘하는 블로그로 만들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역시 기능은 이것저것 붙여보고 싶다. 특히 독자의 반응을 들을 수 있는 창구는 꼭 필요하다. 글들을 시리즈로 묶는 기능도 넣고 싶다. 다만 그 기능들이 모두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관리될 필요는 없다. 기능별로 서버를 여러개 띄우고 어떤 명령들은 스크립트로 구현하게 될 것 같다.

한편 넣지 않을 기능들도 생각해둔 것은 몇가지 있다:

건조한 아지트 설계 1.0

그래서 지금의 아지트는 어떻게 생겼는가 하면, 아주 재미있게도 nginx를 통해 직접 파일로 호스팅되고 있다. 그 어떠한 프로그래밍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직 마크업, 그것도 HTML 뿐이다. 아마 웹사이트로서 가장 얇은 형태는 이것이지 않을까.

그래도 약간의 유용한 정보를 남기자면, 이 사이트의 nginx 설정 파일은 이렇게 생겼다:

server {
  server_name dry.freleefty.org;
  location / {
    root /srv/http/dry;
  }
}
        

server_name으로 설정한 도메인에다가 root로 설정한 경로의 파일들을 쏴주겠다는 간단한 이야기다. 아마 이 글을 올리고 곧 https를 지원하게 하느라 설정 내용이 좀 바뀌겠지만 그건 certbot이 해주는 일이니 크게 신경쓸 것 없다. /srv/http/dry라는 저 경로에는 그냥 이 사이트의 .html, .css 파일들이 있다. (.js 파일은 아직 없다!) 이렇게 간단하고 오래된(?) 기술을 쓰는 것은 항상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이상 건조한 아지트의 꿈과 현재를 적어보았다. 건조한 아지트가 정말로 단단하게 선 프로젝트가 될지, 아니면 수없이 부서져간 파일럿 프로젝트들 중 하나가 될지는 모른다. 단단하게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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